죽는 것을 운명 짓는 생명들 중에서 이미 "불로불사"를 손에 넣은 생물이 있습니다.
바로 홍 해파리입니다.
몸길이 1cm도 안 되는 홍 해파리는 위기를 감지할 때마다 회춘을 반복하며 여러 번 인생을 재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 비밀은 어디에 있는 걸까요?
스페인의 오비에 드대(Universidad de OViedo) 연구팀은 이번에 불사신 홍 해파리와 수명이 한정된 근연종 해파리를 비교해 유전적 차이가 어디에 있는지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불사신인 홍 해파리의 유전자로부터 "회춘"을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보이는 몇 가지 특징이 발견되었습니다.
본 연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2022년 8월 29일 자로 과학잡지 'PNAS'에 게재됐습니다.
요약
- 불사신 홍 해파리의 경이로운 라이프사이클이란?
- '회춘'에 기여하는 유전적 특징을 발견!
불사신 홍 해파리의
경이로운 라이프사이클이란?
해파리는 바닷속을 둥둥 떠다니는 우산 같은 모습이 인상적이지만 처음부터 그 모양은 아닙니다.
탄생에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해파리는 여러 단계의 발생 단계를 밟는 것입니다.
첫째, 수컷과 암컷의 교배를 통해 수정란이 만들어지고, 거기에서 '프라눌라'라고 불리는 유생이 태어납니다.
프라눌라는 바닷속을 떠다닌 뒤 바위나 조개껍질 등에 부착해 '폴립'이라는 고착 상태에 들어갑니다.
폴립은 물속에 무수한 촉수를 흩날리며 흘러온 플랑크톤을 잡아먹으며 성장합니다.
그러다 보니 폴립은 몸통이 점점 잘록해지기 시작하고 소프트 아이스크림처럼 여러 층을 겹친 듯한 상태로 성장합니다.
이것이 '스트로 빌라'입니다.
스트로 빌라가 겹친 층은 점차 뿔뿔이 흩어지며, 그 하나하나가 생명을 가진 해파리의 새끼가 됩니다.
이걸 '에피라'라고 부릅니다.
나중에는 이 에필라가 서서히 성장해 우리가 흔히 아는 형태의 '치해파리'가 되어 최종적으로 '메두사'라고 불리는 어른의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해파리는 수명이 다하면 몸이 분해돼 바닷속에 녹아들어 가며 일생을 마감합니다.
그런데 홍 해파리만은 다릅니다.
성체가 되기까지는 위와 같은 발생 과정을 거치지만, 메두사 단계에서 생명의 위기를 느끼면 폴립 상태로 돌아가서 거기서부터 다시 삶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게다가 이 회춘은 단 한 번만 허용된 능력이 아니라 여러 번 발동할 수 있습니다.
즉, 홍 해파리는 이론상 수명이 끝이 없는 불사신의 존재인 것입니다.
게다가 홍 해파리 폴립 상태에서는 여러 개체가 복제 생산되기 때문에 젊어질 때마다 그 수가 늘어납니다.
다만, 바다의 오염 상태나 서식 환경의 온도에 따라서는 이 회춘기가 발동할 수 없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또한 기본적으로 홍 해파리는 여러 바닷속 생물의 먹이로 많이 먹히고 있기 때문에 불사신이라고 하더라도 그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홍 해파리는 인류가 추구하는"불로불사"의 수수께끼를 푸는 데 있어서 최고의 존재가 됩니다.
그래서 오비에 드 대학 연구팀은 홍 해파리의 "회춘"을 가능하게 하는 유전자의 비밀을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회춘'에 기여하는 유전적 특징을 발견!
연구팀은 이번에 불사신 홍 해파리의 일종(Turritopsis dohnii)과 근연종이긴 하지만 불사신이 아닌 해파리(Turritopsis rubra)를 대상으로 유전자 샘플을 채취해 전체 유전체 배열 해독을 실시했습니다.
그로 인해 회춘이 가능한 유전자와 할 수 없는 유전자의 차이를 알아냈습니다.
그 결과 불사신인 T.dohrnii는 근연의 T.rubra에 비해 세포의 복구나 보호와 관련된 유전자의 수가 2배나 많은 것으로 판명되었습니다.
또한 세포 분열을 제한하고 텔로미어(염색체를 덮는 보호막)가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한 유전자 변이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세포분열과 텔로미어의 열화 및 손상은 노화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세포분열을 늦추거나 텔로미어를 지키는 것은 장수를 실현하는 원리에 해당합니다.
이 결과는 홍 해파리의 불로불사의 메커니즘을 완전히 밝혀내지는 않지만, 이러한 유전적 특징이 회춘의 실현에 기여하고 있음은 틀림없을 것입니다.
다만 이번 발견을 당장 인간에게 응용할 수는 없습니다.
연구주임 중 한 명인 해양생물학자 마리아 파스쿠알 토너(Maria Pascual Torner) 씨는 우리의 발견은 노화 과정을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홍 해파리와 같은 안티에이징 메커니즘을 인간에게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또한 본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플로리다해양학연구소(FIO)의 몬티 그레이엄(Monty Graham) 소장도 이 연구가 당장 상업적 가치를 갖는 것은 아니다는 데 동의한 바 있습니다.
그레이엄 씨는 예를 들어 홍 해파리를 채취해 노화를 막는 스킨 크림을 만드는 일은 없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홍 해파리 유전자의 수수께끼를 풀어나간다면 인간의 장수에 도움이 되는 어떤 힌트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관련 원문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세요.
Comparative genomics of mortal and immortal cnidarians unveils novel keys behind rejuvenation
https://www.stylec.co.kr/short/cUCThdAf7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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