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과학,IT,TECH

투구게의 푸른 피가 의료 분야에서 유용하게 쓰이는 이유는?

728x90
반응형

투구게의 푸른 피가 의료적으로 유용한 이유는?


투구게는 약 4억 5000만 년 전에 출현한 이후 그 모습을 거의 바꾸지 않은 살아있는 화석이라고도 불립니다.

일본에서는 예로부터 세토나이카이에서 흔히 볼 수 있었지만 특별히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크고 단단한 몸이 고기잡이 그물을 찢어놓기 때문에 현지인들이 상당히 싫어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현대의 의료 분야에서는 투구게의 피는 매우 유용하다는 것은 알고 계시나요?

투구게의 혈액은 붉은색이 아니라 옅은 푸른색을 띠며 어떤 특별한 능력으로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데 도움을 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 능력은 어떻게 특별한 것일까요?

우선 투구게의 피가 푸른 이유부터 알아보도록 합시다.

     요약

  • 투구게의 피가 푸른 이유는 무엇일까?
  • 내독소를 검출할 수 있는 유일한 천연자원
  • 투구게 피를 대체할 시약은 만들 수 있을까?



투구게의 피가 푸른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투구게(Limulus poly phemus)는 매년 봄이면 수십만 마리가 산란을 위해 미국 동해 기슭의 모래톱에 상륙합니다.

암컷은 약 5000개의 작은 알이 모여 생긴 골프공 크기의 알덩어리를 모래사장에 낳아 버리고 그곳에 함께 온 수컷이 정자를 뿌려서 수정을 시킵니다.

이들 알에는 배고픈 철새들이 자주 몰려들지만 제약회사 들은 '푸른 피'를 얻기 위해 백사장에 오른 투구게를 채취합니다.


미국 대서양 연안에 있는 델라웨어만의 백사장에 올라온 투구게들


미국에서는 매년 약 50만 마리의 투구게가 채취돼며 시설 안으로 운반하여 심장 부근 혈관에서 피를 뽑은 뒤 바다로 돌려보냅니다.

그 핏빛은 아래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옅은 파란색입니다.

피가 빨갛지 않다는 것은 뭔가 신기하게 느껴지지만, 왜 투구게의 피는 파란 것일까요?


시설 내에서 투구게의 피를 채취하는 모습


먼저 우리 인간의 피에는 '헤모글로빈'이라는 적색소 단백질이 함유되어 있는데 이것이 산소와 결합되면서 혈액이 붉은색이 됩니다.

이 헤모글로빈과 산소가 연결되어 있는 상태를 '옥시형'이라고 부릅니다.

반대로 헤모글로빈이 산소와 결합되지 않은 '디옥시형'의 경우는 검은 혈액이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피부를 문질렀을 때 나오는 혈액은 공기 중의 산소에 닿기 때문에 붉은색이 됩니다.

한편, 주사기 등으로 채혈할 때는 산소와 접촉하기 어렵기 때문에 검게 보이는 것입니다.


투구게를 일렬로 늘어놓고 채혈하는 모습


하지만 투구게의 경우 혈중에는 헤모글로빈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신 존재하는 것이 '헤모시아닌'이라고 하는 구리를 포함한 색소 단백질입니다.

이 헤모시아닌은 산소와 결합되지 않으면 '유백색'인데, 산소에 닿으면 '청색'이 됩니다.

따라서 투구게의 혈액은 체내를 흐르고 있을 때는 유백색으로, 채혈 후 바깥의 산소와 닿으면 옅은 파란색으로 변하는 것입니다.

투구게의 채혈에는 상당한 작업시간이 소요되지만, 얻은 혈액은 매우 비싸서 혈액 1갤런(약 3.8리터) 당 6만 달러(약 8100만 원 )입니다.

그렇다면 이 푸른 피가 도대체 우리에게 무슨 도움이 된다는 것일까요?


내독소를 검출할 수 있는 유일한 천연자원


투구게의 혈액에 숨겨진 특별한 능력은?


1956년 미국의 의학 연구가였던 프레드 뱅(Fred Bang, 1916~1981)씨는 투구게 피의 기묘한 특성을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투구게의 피는 엔드 톡신(내독소:세균 내에 포함된 독소를 말함)과 반응하면 혈구인 아메보 사이트(변형 세포)가 응고해 덩어리가 되는 것입니다.

엔드 톡신(내독소)은 의약품이나 의료기기에 붙어서 인체에 들어가면 발열이나 패혈성 쇼크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주사기나 페이스메이커, 인공고관절과 같은 멸균 의료기기에 대해서는 내독소에 의한 오염이 없는지 엄중히 살펴야 합니다.

그 검출 능력을 오래전 태고부터 존재해왔던 투구게가 지니고 있었던 것입니다.

현재까지 내독소를 검출할 수 있는 천연자원은 투구게 혈액뿐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후 뱅크의 발견을 계승한 연구자들은 아메보 사이트 용해물을 의약품 오염 검사에 응용하는 물질을 개발하고 이를 라이세이트 시약(LAL, 리 무루스 변형 세포 용해물)이라고 명명했습니다.


내독소에 라이세이트 시약을 떨어뜨리면 응고되기 시작한다.


1977년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의해서 라이세이트 시약의 정식 사용이 허가되었습니다.

이후 투구게의 혈액은 우리의 건강을 그늘진 곳에서 떠받치는 역할을 해왔지만 최근 어떤 문제가 우려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이런 투구게의 감소입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채혈한 투구게는 죽이지 않고 바다로 돌려보냈고, 또 그 과정에서 사망하는 개체도 3%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그 예상치는 사실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투구게 피를 대체할 시약은 만들 수 있을까?


투구게의 수가 확연히 줄어들고 있다


라이세이트 시약의 탄생부터 1990년대까지 그 생산 공정은 지속 가능할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개체수 조사에서도 투구게는 엄청나게 존재했었고 생물학자나 보호 운동가들도 이런 종류의 보호에 큰 비중을 두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2000년 들어 투구게의 개체 수가 확연히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990년에는 대서양 연안에서 매년 약 124만 마리의 미국 투구게가 산란하는 것으로 추계되었는데 2002년 이후 그 수는 약 33만 마리까지 감소했습니다.

또한 2010년 연구에서는 채혈 후 투구게의 약 30%가 죽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당초 예상치의 약 10배입니다.


산란을 위해 바닷가로 올라오는 투구게들


게다가 온난화와 서식지의 감소, 무분별한 남획으로 투구게의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급기야 미국과 아시아에서 멸종 우려종으로 지정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지금까지와 같이 투구게를 채취하여 계속 피를 뽑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기대되는 것이 라이세이트 시약을 대체할 인공 화학물질의 개발입니다.

2016년에는 같은 기능을 가진 합성물질 리컴비넌트 C인자(rFC)가 개발돼 미국의 몇몇 제약회사가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2020년 조사에서 '리 컨비넌트 C인자의 안전성을 증명할 수 없다'며 라이세이트 시약의 대체품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하기 이릅니다.

지금 현재는 아직 투구게의 피에 의지할 수밖에 없지만 이들을 멸종시키기 전에 대체약 개발을 서둘러야 할 시간이 왔습니다.


https://youtu.be/LgQZWSlLBnA



참고 원문은 아래 링크를 확인하세요.

Horseshoe crabs: 'Living fossils' vital for vaccine safety


Horseshoe Crab’s Blue Blood Is Worth $60,000 Per Gallon; Here’s Why

주인장의 인기글
https://mararin.tistory.com/m/144

초콜릿에 나타나는 하얀 가루의 정체는? 정말 먹어도 괜찮다는 걸까?

집에 놔두었더니 초콜릿에 백색가루가! 혹시 곰팡이!?라고 생각했던 경험 많은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것일 것이다. 이번에는 그 초콜릿에 붙는 하얀 가루 블룸의 정체를 살펴보며 초콜릿의 올바른

mararin.tistory.com

728x90
반응형